책이야기

"나이 듦에 대한 변명"..

jinsugi 2014. 4. 3. 12:52

이야기꾼 김희재가 전하는 세월을 대비하는 몸‧마음 준비서

나이 듦에 대한 변명

 

 

 

울지 않겠다 억지를 쓰고 달려온 내게, 이젠 울어도 괜찮다며 솔직해지자고 말하는 이 책은 수많은 보험증서보다 더 나를 달래준다. 그렇게 이야기꾼 김희재가 세월을 먹었다

- 만화가 이현세 -

 

도서명 : 나이 듦에 대한 변명 저자 : 김희재

분야 : 문학 > 에세이 > 한국 에세이 ISBN : 979-11-85424-06-4 (03810)

출간일 : 2014년 03월 26일 판형 : 140*210 쪽수 : 236쪽 가격 : 12,800원

담당 : 편집 송현주 (02-3670-1038) / 마케팅 정지운 (02-3670-1191)

 

 

 

책 소개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대한민국 최고의 시나리오 작가이자 이야기꾼 김희재

유쾌하고 건강하게 나이 듦을 맞을 수 있는 지혜를 풀어 놓다!

 

 

《나이 듦에 대한 변명》은 영화 <실미도>, <한반도>, <국화꽃향기> 등의 시나리오 작가이자 스토리 전문기업 (주)올댓스토리의 대표 김희재가 나이 들며 나타나는 갖가지 신체적, 감정적 노화 증상에 대해 애틋한 이해와 공감의 시선을 담아 낸 책이다.

전작《죽을 때까지 섹시하기》에서 인생의 후반전을 격조 있게 만드는 애티튜드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바 있는 저자는 이번 책《나이 듦에 대한 변명》을 통해 신체적, 정신적 나이 듦의 과정과 건강하고 품위 있는 생의 관리를 주제로 다시 한 번 우아하게 노후를 맞는 방법을 전한다. 언젠가부터 작은 일에도 참을 수 없이 치솟는 마음속 울화, 주책없게 많아진 눈물, 자꾸만 가려운 피부, 씻어도 사라지지 않는 고약한 체취, 자꾸만 저리고 둔해지는 온몸의 감각 등 젊었을 때는 결코 알 수 없었던 갖가지 증상들. 저자는 이 같은 몸과 마음의 변화가 왜 나타날 수밖에 없는지, 또 언젠가는 누구나 맞이할 수밖에 없는 나이 듦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몸의 속도에 맞춰 삶을 준비해갈 수 있는 지에 대해 ‘변명’이라는 형식을 빌어 따뜻한 공감과 연민의 시선을 담아 풀어내었다.

이야기꾼 특유의 뛰어난 필치와 공감력을 더해 독자들을 사로잡는 저자의 글은 피할 수 없는 세월의 흔적 앞에서 주눅들고 움츠러들었을 노년의 세대에게는 진한 위로를, 부모세대의 변해가는 모습에 눈살을 찌푸리는 청‧장년의 세대에게는 이해와 경험의 깊이를 더하는 조언을 전한다.

 

부모와 자녀, 세월을 뛰어넘어 함께 공감할 수 있는

나이 듦의 흔적에 대한 애틋한 위무

 

누구에게나 절대적으로 공평하게 흐르는 세월은 몸과 마음에 다양한 흔적을 남긴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나이가 뿌리고 간 그 흔적이란 것들은 대체로 힘들고, 아프고, 추접스럽고, 보기에 좋지 않은 것들뿐이기에 세월이란 단어는 더 아프고 애틋하다. 한때는 싱그러운 젊음이었던, 하지만 이제는 삶의 정점에서 남은 생을 내려다보아야 할 시점을 맞은 이들은 대체로 생경한 노화의 증상 앞에서 자기타협점을 찾기 마련이다. 나이 들면 그냥 그렇게 사는 것이, 살아지는 것이 당연한 삶의 순리라 여기면서 말이다. 하지만 그런 감정들의 한편엔 왠지 모를 서글픔이 함께 녹아드는 듯하다. 저자는 이 책에서 바로 그런 감정들, 그저 그렇게 체념하듯 받아들이기엔 어쩐지 억울한 그 속내를 ‘변명’이란 말을 빌려 위로하고 어루만진다.

무심히도 감정을 누르며 살아야 했기에 뒤늦게 소녀가 되어버린 중년 남자의 눈물(p61), 인생을 살며 수 없이 속 타는 순간들을 견뎌야 했기에 더욱 심해졌을 연로한 이의 구취(p111), 수십 년 누적된 피로 때문에 생겼을 하루아침에 풀릴 리 없는 팔다리의 쥐내림(p177), 그리고 수많은 시간을 엄마로 누군가의 아내로 살아오며 견디다 결국 감정의 어딘가가 무너져버린 여자의 화병(p25) 등, 저자는 비로소 세월이 찾아왔음을 실감케 하는 증상의 숨겨진 원인을 꺼내어 따뜻한 공감의 시선으로 왜 그런 아픈 증상들이 나에게 찾아올 수밖에 없었는지를 풀어내고, 나아가 어떻게 하면 그 증상들을 너그러이 받아들이고, 좀더 나은 인생의 후반전을 준비할 수 있는지에 대한 조언을 더했다.

그렇다고 이 책이 노년의 세대들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멀지 않은 미래에 곧 세월의 흐름을 직시하게 될 40대를 위한 책이라고도 할 수 있다. 저자는 이렇게 당부의 말을 전한다.

“세상 그 누구라도 언젠가는 반드시 연민받을 시기를 맞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혹시라도 나이 든 부모와 선배의 모습이 단순히 개인의 불결함이나 게으름, 혹은 낙후된 취향 때문이라고 여기고 있을 사람들이 있다면 이 책을 통해 누구라도 그렇게 피할 수 없는 시기가 오고야 만다는 것을 미리 알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다면 부모를, 선배를, 선생을, 추접한 늙은이로만 보지는 않을 테니까요.”

책을 읽으며 자신과 부모의 이야기를 그대로 옮겨 놓은 것만 같은, 마치 드라마를 보듯 생생하고 재기발랄한 저자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웃다 보면 어느덧 서로를 순한 마음으로 품은 두 세대의 이해를 만나게 될 것이다.

 

 

100세 시대 속 소외된 화두, ‘나이 듦을 받아들이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

‘돈’과 ‘아름다움’이 아닌, ‘몸’과 ‘마음’을 정직하게 바라보는 에세이

 

책의 내용은 저자 자신의 경험담에서부터 비롯된 것이기에 더욱 그 울림이 깊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어느 날부터 뜻대로 굴어주지 않는 몸을 마주하던 날을 맞고 서야, 비로소 의지만으로 몸을 지배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앞으로 펼쳐질 나의 노년과 점점 쇠약해져 갈 몸 섭리에 대해 지금 당장 배우고 이해하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약해지고 망가져 내 마음대로 굴어주지 않는 몸 앞에서 점점 더 큰 분노와 좌절감을 느끼게 되겠지요. 무엇보다 두려운 것은 그런 저의 모습 때문에 둘도 없는 친구 같은 딸에게 ‘엄마가 변했다’는 비난을 들을 수도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마음이 급해졌습니다. 지금부터라도 차근차근 몸과 나이 듦에 대한 공부를 해보자 싶어, 그렇게 서툰 이해를 시작했습니다.”

‘몸의 나이 듦’ 그 자체에 집중하고 배우고자 글을 쓰기 시작한 저자의 저술 의도는 오늘날 시사하는 바가 깊다. 중‧장년은 늙음과 인생의 한계를 본격적으로 깨닫는 연령대다. 가족이나 지인과의 사별이 늘고, 갱년기 장애로 체력과 지적 능력 저하를 실감하면서 우울증도 흔하게 겪는다. 그리고 이 감정들은 쇠약해지는 신체와 정신에 의해 더 가중된다. 이는 누구나 맞게 되는 자연스럽고 피할 수 없는 섭리이기에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고 그 과정을 잘 겪어내도록 도울 수 있는 안내와 교육이 필요한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지금의 우리 사회는 정작 중요한 논의를 외면한 채 ‘나이 들어 보이지 않는 법’이라든가 ‘제2의 인생’과 같은 100세 시대의 화려한 수식어에 시선을 빼앗긴 듯하다. ‘건강한 나이 듦의 과정’에 대한 이해를 선행하지 못한 채 단순히 길어지기만 한 수명은 과연 얼마나 가치가 있는 것일까?

오늘날 소외된 화두인 ‘몸의 노화를 받아들이는 방법’ 그 자체에 집중하며, 조금이나마 미리 나이 듦에 대한 자연스러운 과정과 그 건강한 흐름을 이해하여 자신과 같은 당혹감을 겪는 이들이 줄었으면 하는 저자의 바람이 담긴 이 책은, 지금 이 순간 독자들에게 꼭 필요한 나이 듦에 대한 올바른 교육서이자 매력적인 안내서, 세대를 뛰어 넘어 서로를 위한 이해를 도울 수 있는 마음 준비서가 되어줄 것이다.

 

저자 소개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김희재

 

한양대학교 연극영화과와 동 대학교 연극영화과 대학원, 추계예술대학교 영상 문예대학원을 졸업했다. 현재는 추계예술대학교 문학영상대학 영상시나리오과 교수이자 스토리 전문기업 (주)올댓스토리의 대표로 활동중이다.

2004년 영화 <실미도>도 제41회 대종상영화제 각색상을 수상했으며 <한반도>, <국화꽃 향기> 등의 시나리오와 에세이 《죽을 때까지 섹시하기》, 《그래 괜찮아 미안해》등의 작품을 집필했다.

 

 

이 책의 추천사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언제나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살아왔다. 죽음은 늘 삶과 함께 있었고 울지 않겠다고 억지를 쓰고 달려온 내게 울어도 괜찮아, 이젠 솔직해지자고 말하는 이 책은 수많은 보험증서보다 더 나를 달래준다. 내 나이를 이렇게 가슴 아프게 한 글은 처음이고 또 이렇게 가슴 따뜻하게 해준 글 역시 처음이다. 그렇게 이야기꾼 김희재가 세월을 먹었다.

_ 이현세 (세종대학교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교수)

 

 

내가 아는 작가는 늘 반듯한 모습과 철저한 프로정신으로 무장한 채, 새로운 아이디어와 열정을 마음껏 쏟아내는 멋진 사람이다. 그런 그녀가 이번에는 나이 들어가는 사람들이 100% 공감하며 삶의 의욕을 끌어올릴 수 있는, 건강에 대한 노하우가 듬뿍 담긴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약간의 준비와 의지만 있다면 유쾌하고 매력적인 노후를 만들 수 있음을 보여주는 책이다.

_ 김경용 (코오롱웰케어 대표이사)

 

그냥 그렇게 사는 것이, 살아지는 것이 순리라고 받아들이기엔 어쩐지 억울한, 마음 속 그 무엇인가를 건드리는 저자의 이야기들……. 자신의 맨얼굴을 온전히 보여주는 저자의 이야기는 20대에서 50대까지, 나이와 세대에 상관없이 공감할 수 있는 희로애락과 위안을 전한다. 우아하고 품격 있는 나이 듦의 시작을 만나게 한다.

_ 배양숙 (삼성생명 FC 명예사업부장보, 수요 포럼 인문의 숲 대표)

 

 

꽃할배, 꽃할매들이 인기인 요즘, 황혼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청춘의 풋풋함을 추억하게 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많은 생각이 떠오른다. 시간을 멈출 순 없기에 그 누구에게나 지금 당장의 순간이 가장 소중하고, 싱그러운 게 아닐까. 그간 혹시라도 어르신들의 체면 없어 보이는 행동에 눈살을 찌푸리는 이들이 있었다면, 이 책을 읽고 난 뒤에는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_ 박경림 (방송인)

 

 

 

차례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프롤로그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남을 세월의 흔적,

너그럽게 이해하며 준비할 수 있길

 

첫 번째 이야기

뽀글이 파마, 포기하기엔 너무 아까운 빛나는 ‘여덟 번째 일곱’의 시간

세월에 보내는 연가

 

 

두 번째 이야기

여자의 화병, 갑자기 툭 끊어져버린 감정의 줄이 치유되기 위해 필요한 것들

세월에 보내는 연가

 

 

세 번째 이야기

배불뚝이 아저씨, 남자를 진짜 남자답게 하는 ‘그것’

세월에 보내는 연가

 

 

네 번째 이야기

저도 모르게 새는 실수, 나이 들면 체면에도 주름이 생기는 걸까?

세월에 보내는 연가

 

 

다섯 번째 이야기

남자의 눈물, 많이 참고 살아온 그의 설움

세월에 보내는 연가

 

 

여섯 번째 이야기

깜빡거리는 기억력, 더 이상 기억하기를 거부하는 지친 마음

세월에 보내는 연가

 

 

일곱 번째 이야기

둔해진 얼굴 감각, 딱딱한 무심의 껍질을 연화시키는 파안대소

세월에 보내는 연가

 

 

여덟 번째 이야기

습관이 된 침 뱉기, 침과 함께 빠져나간 몸의 정기

세월에 보내는 연가

 

 

아홉 번째 이야기

고약한 입 냄새, 속 타는 인생의 순간들을 훌륭히 견뎌온 그를 연민할 수 있길

세월에 보내는 연가

 

열 번째 이야기

살비듬과 가려움증, 전쟁터 같은 환경에서 살아보겠다고 외치는 애타는 절규

세월에 보내는 연가

 

 

열한 번째 이야기

흐려진 눈망울, 그 무엇으로도 세월을 감출 수 없는 단 한 곳을 위한 예우

세월에 보내는 연가

 

 

열두 번째 이야기

서리 같은 비듬, 어찌할 수 없는 증상에 대처하는 서로를 위한 선택

세월에 보내는 연가

 

 

열세 번째 이야기

못생겨진 손톱, 소홀이 대해도 괜찮다 여긴 몸의 작은 조각에 대하여

세월에 보내는 연가

 

 

열네 번째 이야기

바윗돌 같은 귀지, 노인네 고집이 아니라 몸의 순환에 생긴 문제 덩어리

세월에 보내는 연가

 

 

열다섯 번째 이야기

저릿한 쥐내림, 하루아침에 풀릴 리 없는 수십 년 누적된 피로의 더께

세월에 보내는 연가

 

열여섯 번째 이야기

퀴퀴한 노취, 꽃향기 피우며 세상에 왔다가 몹쓸 냄새를 남기고 돌아가는 인생

세월에 보내는 연가

 

 

열일곱 번째 이야기

이명과 난청, 가장 섬세하고 예민한 기관에 가해지는 폭력적 무관심

세월에 보내는 연가

 

 

열여덟 번째 이야기

골다골증, 느려진 몸의 속도에 마음을 맞추는 여유가 필요해진 시간

세월에 보내는 연가

 

 

열아홉 번째 이야기

어지럼증,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 더 서러운 혼자앓이

세월에 보내는 연가

 

 

본문 중에서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딸이니까, 아내니까, 며느리니까, 엄마니까. 특히 엄마가 되고 나면 참고, 다스리고, 기다리고, 희생해야 할 일이 참 많아집니다. 그리고 계속 그렇게 참아야만 합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호르몬의 균형이 무너지고, 피로가 쌓이고, 몸이 내 몸같이 느껴지지 않는 시기가 찾아옵니다. ‘우아’를 받치던 줄이, 그렇지 않아도 낡고 얇아지던 그 줄이 감당하기 어려운 일련의 사건 사고 속에 그만 끊어져 나가버립니다.

_ p30

“난 요새 오래 참지를 못하겠어. 돌이켜보면 별거 아닌 일에 그렇게 서럽고. 얼마 전에 내가 먹으려고 사다놓은 요구르트를 애들 아빠가 먹은 거야. 근데 그거 갖고 싸웠잖아. 그게 왜 그렇게 화가 나고 서러운지. 나중에 생각하니까 좀 이상하긴 하더라고.” 수십 년을 참아주던 남편이지만, 이제는 잠시도 참아줄 수 없는 시절이 온 것입니다. 그러니 예전에 참던 기억으로 지금도 무작정 참을 수 있을 것이라 여기면 가슴의 불길만 더 키우게 됩니다. “참어, 참어! 참아줘. 나한테 대들지 말구, 그냥 너희들이 이해해. 너희들 사춘기 때 나보다 심했어. 지나가더라. 나도 지나가겠지.” 이런 시절을 겪고 있는 여성이라면, 다소 이기적으로 느껴지더라도 스스로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 빠져나오려 노력해야 합니다.

-p32

배를 가리켜 ‘간(肝)이 사는 집’이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모두가 알고 있듯 간은 피로를 풀어주는 고마운 장기입니다. 간이 풀어내는 양보다 빠르고 두껍게 피로가 쌓이면 그 집이 두툼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자식 먹여 살리고 공부시키고, 부모님 모시고…… 그 과정에서 마초 근성을 버리면서 남에게 머리를 조아릴 일도 있었겠지요. 눈물을 꿀떡 삼키고, 분을 삼키고, 흔한 표현으로 간 쓸개 내어놓고, 배알도 없는 놈처럼 굴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시간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면서 배는 두터워지고 남자의 상징은 물기를 잃었던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게 잃은 물기와 나온 배를 두고 아내와 딸에게 “매일 30분씩만 뛰면 배가 왜 나와?”라는 타박을 들으면 남자는 그야말로 갈 곳을 잃은 기분이지 않을까요?

-p44

제 때 밥 먹을 시간도 없이 뛰었겠지요. 일주일, 열흘, 한 달이 지나도록 맑은 공기 한 번 넣어주지 않고, 그것도 모자라 참으라고, 그깟 일이 뭐가 슬프냐고, 그까짓 거에 무서워하면 무슨 일을 하겠냐고 윽박지르며 살았겠지요. 이제 더 이상은 버틸 힘이 없어 겨우 눈물로 그 세월을 이야기하고 있을 뿐입니다. 드라마에 울고 유행가에 훌쩍이지만 실은 눌러온 자신의 세월을 우는 것입니다. 그러니 ‘주책’이라고 쏘아붙이고 외면하는 것은 그의 수십 년 인생을 부정하는 것일 테지요. 고마운 마음으로 눈물을 닦아주고, 안타까운 심정으로 보듬어 어느 날엔가 울지 않고도 숨을 쉴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주면 어떨까요? 어린 시절 좋아하던 엿 한 조각 입에 물고 동네 뒷산이라도 걸으며 웃어보는 것도 좋은 일일 것입니다.

-p68

사람 얼굴에도 많은 신경이 뻗쳐 있습니다. 그런데 사는 동안 수십 만 마디의 말을 하고 먹고, 뜨거운 물과, 찬 물과, 폭염과, 자외선과, 동짓달의 칼바람을 맞고, 친구들이랑 싸움박질 하느라 얻어터지고, 예뻐지겠다고 바르고 문지르고, 그러는 사이 감각이 무뎌지는 것은 당연지사입니다. 무뎌져야 살아남는 신경계의 시스템이 그렇게 얼굴 감각을 무디게 만든 것이겠죠.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역치가 계속 올라갑니다. 그런데 신경계뿐 아니라 마음의 역치점도 계속 높아지는 것 같습니다. 어지간한 일에는 놀라지 않게 되고, 어지간한 일에는 슬프지 않고, 어지간한 일에는 웃지도 울지도 않고……. 그렇게 얼굴을 움직일 일은 점점 줄어듭니다. 얼굴 근육과 혀가 가장 섬세한 운동을 하는 근육이라는데, 움직이지는 않고 무뎌지기만 하니 어느 날 입가에 묻은 밥풀을 인지하지 못하는, 당연한 결과를 만나게 되는 것입니다.

-p93

아무리 칫솔을 밀어 넣어도 부은 목구멍까지 구겨 넣을 수는 없습니다. 위를 꺼내 흐르는 물에 헹궈내고 싶을 만큼 간절한 마음이 드는 것은 바로 구취를 가진 자신일 겁니다. 그래서 얼마간 포기하는 마음이 드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자기 몸이 썩어가고 있다는 오싹한 절망감……. 그 감정을 겪고 있는 사람에게 게으르다는 비난을 쏟아붓는 것은 잔인한 일이지 않을까요? 꽃향기 내뿜던 시절에 만나 사랑을 했던 부부는 그 기억으로 서로의 구취를 염려하고 끌어안아줄 의무가 있을 것입니다. 튼튼하고 건강했던 부모의, 선배의, 상사의 젊음을 발판삼아 지금의 삶을 누리고 있는 세대라면 어르신들의 구취를 연민할 줄 알아야 합니다. 누구나 그렇게 연민받을 시기를 맞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p116

젊은 사람들은 선생님과 부모님의 어깨에 내려앉은 비듬을 비웃고 외면하기 전에 그들이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잠시 생각해볼 수 있어야 할 겁니다. 어른들도 그런 상태를 처음 겪고 있어 해결방법을 모르는 것이고,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내게도 곧 그런 시간이 온다는 것을 말입니다. 자신에게 결코 그런 세월이 오지 않을 것 같지만 인생이 그렇게 뜻대로 흘러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말입니다. 그러니 소화 기능이 약한 자식 걱정으로 정성껏 냄새나는 기저귀를 갈아가며 자신을 키워준 부모님 어깨 위의 비듬을 보았다면, 지저분하다고 고개를 돌리기 전에 화장대에 둥근 빗과 헤어드라이어를 놓아드리고, 식탁 위에 견과류를 주전부리로 놓아드리면 어떨까요? 어떻게 할 수 없이 생기는 비듬에 대해 우리는 서로 간 그런 현명한 선택을 할 수도 있습니다.

-p150

어머니는 툭하면 대청마루에 다리를 뻗고 앉아 주먹으로 두드리며, 한창 놀이에 빠져 있는 막내딸을 불렀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어머니가 말했던 그 저린 느낌을 뼈저리게 아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온종일 고무줄놀이를 한 탓에 다리가 뻐근해도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다시 아무렇지도 않던 시절을 지났습니다. 이 카페의 아가씨들처럼 ‘빼딱구두’라 불리던 하이힐을 신고 버스를 쫓아 달릴 수 있던 시절도 지났습니다. 언젠가 동네 주민센터에서 열리는 무료 운동 강좌를 수강했다가 제자리걸음 10분 만에 나가떨어진 후로는 ‘나도 이제는 늙은 거야’라고 인정을 해버렸습니다. 제자리걸음은커녕 이젠 그저 서 있는 것만으로도 다리가 당기고 퉁퉁 붓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새삼 중늙은이 짓을 하며 구박을 받고 보니 자기도 모르게 한숨이 쏟아집니다.

-p179

어쨌거나 꽃향기 피우며 세상에 왔다가 몹쓸 냄새를 남기고 가는 것이 인생인가 봅니다. 꽃향기로 사람들을 불러 모아 제 예쁜 것을 자랑하며 사랑으로 자라는 유년기가 있었다면 사람들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고요하게 혼자의 시간을 가지는 세월이 필요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노을 지는 저녁 시간에 숲길을 걷고 돌아와 무향 무취의 물로 몸을 씻고 고요한 시간 속에서 인생을 돌아보는 여유와 마음을 가질 수 있다면, 비록 유아의 꽃향기를 회복하지는 못하더라도 성숙한 노년의 지혜가 담긴 향기를 남길 수 있지 않을까요?

-p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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