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다리 1, 2"..
주인공 언드러시는 가난하지만 꿈 많은 건축학도이며 클러러는 성폭행이라는 끔찍한 경험과
15살 딸을 가진 미혼모이자 살인 혐의로 도피중이고 유부남 애인과 11년간 사귀어 온, 우리의 관점에서 보면
비현실적일 것 같은 9살 차이의 연상 커플이다.
하지만 언드러시는 “사랑하는 여자에게 사랑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기적처럼
느껴졌다”고 하며 애틋한 사랑을 만들고 키워나간다.
1937년에 시작되는 1부에서는 도나우(다뉴브)강, 부다페스트, 코냐르 등 헝가리와
고색창연한 파리의 거리들을 배경으로 헝가리 출신 유대인 두 사람의 사랑이 펼쳐진다.
여기서 서양의 뿌리인 유럽을 간접적으로나마 여행하는 즐거움과 함께 그들의 끈끈한
가족애, 친구들 사이의 우정과 캠퍼스와 카페, 오페라 극장 등 오래된 서양문화를체험할 수 있고
유럽인들의 성과 사랑에 대한 자유분방한 정신세계를 엿볼 수 있다.
1945년에 끝나는 2부에서는 꿈이 깨지고 가족들은 학살당하며 나라마저 빼앗기는
가운데 사랑을 지켜낸 이야기가 러시아를 포함한 유럽 전역을 무대로 전개된다.
그러잖아도 충분히 아픈 그들의 사랑에 아물지 않을 가혹한 고통을 안겨준 것은 바로
전체주의의 망령, 나치의 광기였다. 안네의 일기, 쉰들러리스트, 인생은 아름다워 등
책과 영화를 통해 보았던 안타까운 만행들이 주인공들의 눈을 통해 다시
그려지는2부를 읽는 동안에, 겨울이 다 끝나가고 있었지만 지독한 한기를 다시 느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천 쪽이 넘는 방대한 양의 소설을 관통하는 아름다운 사랑,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속하였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나에게 속하였다”
고행복해하며 나이 차이도, 상대방의 아픔도 ‘보이지 않는 다리’로 연결하며
전쟁조차이겨낸 스토리는 자유분방하지만 책임감 있는 유럽인의 사랑을 감동적으로 보여준다.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던 노래가 있지만 이 작품은 예외인 것 같다.
또한, 언드러시와 클러러. 그의 가족을 비롯하여 2차 세계대전이라는 격랑의 한 시대를
살다간 폴라베르 등 언드러시의 친구들, 그들의 연인들, 그리고 2세들. 30여명의 주인공과
등장인물 모두는 오늘날까지 그칠 줄 모르는 인종, 종교, 석유, 영토로 인한 추악한 학살과
분쟁이 여전히 인간다움이 무엇인가에 대해 깊은 회의를 품게 만드는 가운데서도
결국사람이 가장 소중하다는 평범한 진리를 이야기하며 우리 곁에 살아 숨 쉬고 있다.